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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실
요즘 작은 즐거움이 생겼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몸과 마음은 지친다.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그래서인지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피로가 엄습하며 졸음이 쏟아진다. 식곤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일찍 잠을 청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렇게 흠뻑 졸음을 몇 시간 정도 견딘 후 12시경 잠자리에 든다. 일찍 자도 되지만 그러면 꼭 새벽 2~3시경 잠이 깨, 느닷없이 1~2시간 이런저런 생각에 시달리느라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개 12시경 잠을 청해 6시경 이불 속에서 빠져나온다. 약 3주일 전이었다. 졸음을 견디기 버거워 10시경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혼자만의 밤마실이 하루 중 가장 큰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밤마실을 나가면 봄꽃이 반기고, 스쳐가는 사람들도 만나고, 운동하는 젊은이도 만난다. 때로는 취객도 스치고, 밤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도 슬쩍 흘긴다. 흡연자를 만나면 냄새가 고약해 기분이 나쁘다. 가장 반가운 것은 봄꽃과 생기 넘치는 나무들, 풀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는 나뭇잎을 보면 곧 여름이 다가올 것이라는 너무 뻔한 자연의 섭리를 깨닫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둥근 보름달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올려다보며 하늘나라에 계시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라 약간 마음이 아팠다. 얼마 동안 밤마실이 이어질지, 즐길지, 정확하게 모른다. 다만 그렇게 빨리 끝날 것 같지 않다.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풍경은 운동하는 이들이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반바지 입고 냅다 질주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들을 보며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운동으로 땀 흘리고 샤워 후 잠을 청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가끔씩 찾아오는 악몽의 빈도가 줄어들 것 같고 근무 중 졸음과 피로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당장은 천천히 걸으며 밤마실을 즐기는 것이 좋다. 그래서 당장 뛰는 것을 단행할 것 같지는 않다. 작은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이는 하나의 지혜가 될 것 같다. 한 친구는 토요일 새벽 노량진수산시장을 찾는다. 신선한 횟감을 구해, 집에서 직접 손질해 근사한 회접시를 식탁에 올리고 가족들과 즐긴다. 몇 번 초대를 받아 그 친구의 색다른 취미를 알게 됐다. 요즘에는 꽤 솜씨가 좋아졌다. 유튜버 등을 보며 배운 솜씨란다. 우리 사회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총선이 마무리됐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할 때다. 그래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를 구할 수 있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의 크기를 키울 수 있다. 수출이 늘고 있다고 한다. 쭉 늘어나면 좋겠다. 한국경제가 살아나면 좋겠다.
입력 2024. 04. 23. 02:5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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