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CEO&Leadership
C-LEVEL
VIEW
FOCUS
TIME
INNOVATION
MANAGEMENT
REVIEW
SPECIAL REPORT
VIVID
LIFE
60대 은퇴자의 후회
그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통화를 했고,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셨다. 그렇게 그와 약 3시간을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졌고, 사무실로 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그날 오후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와 나눈 대화 중 몇 가지를 60대 은퇴자의 후회라는 카테고리로 정리해본다. 그는 가상의 인물이며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이른 전원생활 그는 40대에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주말에는 텃밭도 가꾸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는 이른 전원생활을 후회했다. 부동산투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강남 등지에 삶터를 마련한 친구와 선후배들은 지난 정부에서 폭등한 집값 때문에 불로소득을 얻었지만 그는 철저히 소외됐다. 그래서 그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섣부른 이혼 그는 50대 중반에 이혼을 했다. 늘 직장생활에 지친 그는 아내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잦은 싸움이 이어졌고, 그런 갑갑한 일상에 지친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 한동안 이혼을 반대했지만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내의 외도가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아내와 헤어진 후 아픔을 잊기 위해 더 일에 몰두했다. 그 때문인지 동료들보다 빨리 높은 곳으로 올라갔지만 그는 늘 허전했다고 회상했다. #아들의 긴 무직 아내와의 이혼은 자녀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 이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일에 몰두하며 직장에선 승승장구했지만, 돌이켜보니 자녀들과의 대화가 부족했고 이로 인해 자녀들의 학창생활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성적이 좋지 못한 자녀들은 전문대와 지방대를 졸업했다. 다행히 둘째는 중견기업에 취업해 평범하게 살지만 첫째는 졸업한지 3년이 지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노후 그는 동료들보다 더 높이 올라갔지만 부동산투자와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 좌절했다. 그래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지지해온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실소를 머금었다. 집값을 폭등시켜 상대적인 빈곤을 맛보게 한 지난 정권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그는 눈길을 휙 옆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그는 전원주택을 정리하고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조로운 일상 부하의 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지고 예정보다 빨리 직장을 나온 그는 하루가 너무 길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 잠이 적어졌는지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그는 동네를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 아침을 먹은 후에는 TV를 시청하거나 집안 청소를 하거나, 텃밭을 가꾸며 하루를 보낸다며 진짜 좋아하는 취미를 갖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무조건 취미 하나는 꼭 갖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돌보지 못한 건강 그는 40대에 당뇨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다며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한 것, 아니 애초부터 담배를 피운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치명적인 실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돌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계를 보더니 건강도 챙길 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말했다. 빠른 걸음을 재촉하는, 살짝 굽은 그의 등을 보며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입력 2024. 05. 27. 12:19 PM
인기 있는 콘텐츠
준비 중입니다.